
LAFC에 합류한 이후 손흥민의 프리킥 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직접 득점 장면은 물론, 날카로운 궤적·정교한 킥 메커니즘·강한 회전이 결합된 킥들이 이어지면서 팬들과 현지 해설진은 “이 정도 능력이 있었는데 왜 토트넘에서는 프리킥을 거의 차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해외 축구 분석 매체들은 “손흥민의 킥 테크닉은 프리킥 키커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며 그의 킥 능력을 재조명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프리킥 키커를 맡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팀 내 경쟁이 너무 강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활약하던 기간 동안 토트넘에는 에릭센, 케인, 라멜라, 트리피어, 이후에는 페리시치까지 ‘전담 키커’ 역할을 수행할 만한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이 선수들은 이미 프리킥 성공 사례와 킥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였기 때문에, 포지션이나 전술적 역할과 상관없이 팀 내 서열상 우선권을 가지게 됐다. 손흥민의 킥 감각이 좋아도, 정해진 전담 키커 체제에서 그의 순위는 3~5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손흥민의 킥 스타일이 직접 프리킥보다 ‘움직임 기반 공격’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프리킥 상황에서도 세컨드 볼, 뒤 공간 침투, 빠른 역습 전환 시 뛰어난 장점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당시 토트넘의 포체티노·무리뉴·콘테 시스템은 모두 ‘빠른 전환’과 ‘침투 기반 득점’을 중시했기 때문에, 손흥민은 킥커보다는 받는 역할에서 더 효율적이었다. 즉, 손흥민이 킥을 차는 순간 역습 기여도가 사라지기 때문에 전술적 판단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하지만 LAFC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손흥민은 팀의 확실한 에이스이며, 킥커 경쟁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에 MLS는 EPL보다 상대 수비의 조직 수준·라인 유지가 불안한 경우가 많아 프리킥 득점 가능성이 더 높은 환경이 조성된다. 이 때문에 LAFC는 손흥민의 킥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손흥민 역시 자신감 있는 발목 강도·볼 감각을 그대로 보여주며 높은 효율을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토트넘 시절에도 손흥민의 프리킥 능력을 눈여겨본 해외 해설진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 해설진은 “손흥민의 인스윙·아웃스윙 킥은 탑 레벨이며, 정확도는 케인보다도 더 안정적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에릭센과 케인이 워낙 이미 검증된 프리킥 득점 기록을 쌓고 있었다는 점에서 손흥민에게 차례가 돌아올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손흥민의 프리킥 능력이 과소평가된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회와 역할의 문제였다. EPL에서 팀 내 서열·전술적 활용도가 발목을 잡았다면, LAFC에서는 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손흥민은 프리킥에서도 자신이 가진 기술을 증명하며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 LAFC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더 다양한 전술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